반응형 끄적끄적7 배려 #1호주의 보행자 신호등은 초록색과 빨간색 두 가지로 한국과 동일하다다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기둥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한다버튼을 누르고 조금만 기다리면 초록색 보행자 신호로 바뀌지만 특유의 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몇 초 후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깜박거리기 시작한다빨간색 신호등이 깜박거리는 것은 운전자가 곧 출발할 예정이니 보행자에게 빠르게 건너라는 신호로 보행자와 운전자를 모두 배려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2신호등을 연달아 마주하다 보니 문득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배려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해주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준 마음이 상대에게도 배려로 느껴질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는다”라는 문구였다 내가 원하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그대에게 강요했던 건 아니었을.. 비 오는 시드니 (feat. 싱글오 카페 - Single O) 비 오는 시드니싱글오 카페 - Single O #1비가 오는 걸 알고 나선 길이었다가방에는 여행용 작은 우산 하나가 있었지만,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빗방울이 코끝에 닿는 차가움이 싫지 않았고, 빗물이 옷깃을 스치는 감촉마저 낯설지 않았다길 위에는 우산 없이 빗속을 걷는 이들도 있었고, 커다란 우산 아래 짝을 이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길을 따라 걷다 보니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공기는 비에 젖어 더 짙은 초록빛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들을 이 날씨와 묘하게 어울리게 했다 #2 비에 젖은 돌담과 반짝이는 길 위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카페는 은은한 커피 향을 풍기고 있었고 북적거리는 .. 별 일 당신은 안녕한가요? #1 안녕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반가움을 표할 때, 안부를 물을 때, 이별을 고할 때마저도 흔하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였을까, 퇴근길 회사 문밖을 나설 때 울리는 카톡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 섰다. '안녕, 잘 지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고 연락을 하지 못했어도 우리는 늘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궁금함을 참아내며 별일 아닌 듯 별일 없는 듯 평소처럼 대화를 마무리하고 급하게 만날 약속을 잡았다. 주말 오후,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푸른 날이다. 완연한 여름이 되기 직전이라 햇볕은 따뜻했고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오월이었다 우리는 고즈넉한 한옥카페를 찾았다.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지만.. 쉬는 날 쉼표 #1 오래간만에 연차다운 연차,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다. 새벽의 여유를 즐기다 4시쯤 잠이 들었지만 느닷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눈을 떠보니 오전 7시를 지나고 있었다. 수면욕구가 사라졌지만 10시가 넘도록 이블 속에서 빈둥거렸다. 몸이 근질거리는 찰나에 일어나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연말연시 꿀 같은 일주일을 아무 계획도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흘려보내기로 했다. #3 조금 이른 11월부터 두어 달 동안 올해의 계획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곤 했었다. 계획했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었지만 올해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꼭 이루고 싶었던 일이 틀어지면서 소소한 즐거움이 주는 변화를 놓치고 말았다. 고로 올해의 계획은 없다. 오늘이 아쉽지 않은 이유,.. 이른 기상 가을이 오고 있다 #1 새벽 5시 40분쯤이면 어김없이 도로청소차가 지나간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고찰이 한창일 때도 나는 저녁형 인간의 라이프를 고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상쾌함이나 뛰어난 집중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무기력함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이른 아침의 기상은 늘 피곤하다. 피곤을 덜어보고자 애써 일어나 열린 창문을 닫고 다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올리 없었다. 가을장마가 시작되어 안개는 자욱하게 내려앉았고 첫차인 듯 빠르게 달리는 버스 소리와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새소리를 듣고 있자니 개연성이라곤 안개 낀 날씨뿐인데 영화 디아더스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새벽 공기를 타고 가을의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애틋.. 복숭아 일 년 전 그날의 이야기#1한 일주일 정도 날씨가 좋았다어느새 새파랗게 잔디가 올라오고 온갖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났다코로나19 때문에,프로젝트로 바빴기 때문에, 한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던 나는 특별히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굳이 날씨가 좋아서라는 핑계를 대며 차에 앉아 음악을 틀고 시동을 걸었다기어를 바꾸려던 순간 유리에 붙어 나를 노려보는 하얀색 애벌레와 눈이 마주쳤다소스라치게 놀라며 와이퍼를 빠르게 움직여 걷어냈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벌레와 마주하는건 나에게 참기 힘든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귀가 따갑도록 고목나무의 매미가 울던 여름날 밤,매미보다도 큰 검은색 바퀴벌레는 나의 다리를 타고 원피스 안으로 들어와 날개를 파닥거리며.. 연(鳶)과 연(緣) 오늘, 날이 참 좋다 #1 그날은 딱 오늘과 같았다 따뜻한 햇살이 바람을 타고 온 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날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9살이었던 나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바람을 느끼다가 급하게 방패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는 바람이었다 다음날 학교 준비물로 준비해 두었던 방패연 급하게 만들어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집에서 학교 운동장까지는 백여미터 거리에 불과했지만 마음이 급했던 나에게는 너무나 먼 거리로 느껴졌다 방패연과 얼레를 양손에 나눠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들기 시작하자마자 연을 바람에 놔주고 얼레를 풀며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 쯤 버드나무 아래의 철제 의자 하나에 얼레를 꽂아두고, 또..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