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안녕한가요?
#1
안녕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반가움을 표할 때, 안부를 물을 때, 이별을 고할 때마저도 흔하게 안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였을까, 퇴근길 회사 문밖을 나설 때 울리는 카톡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춰 섰다.
'안녕, 잘 지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하고 연락을 하지 못했어도 우리는 늘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궁금함을 참아내며 별일 아닌 듯 별일 없는 듯 평소처럼 대화를 마무리하고 급하게 만날 약속을 잡았다.
주말 오후,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푸른 날이다.
완연한 여름이 되기 직전이라 햇볕은 따뜻했고 시원한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오월이었다
우리는 고즈넉한 한옥카페를 찾았다.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지만 두 개의 넓은 별채가 있는 곳이라 여유롭게 이야기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메리카노 두 잔과 생크림이 듬뿍 올려져 있는 크로와상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며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그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두어 달 전부터 바리스타 공부를 하면서 커피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그간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뜨겁던 커피가 차갑게 식도록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위로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라 잘하지도 못하지만 위로를 받고자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단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감정을 오롯이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2
우리의 이야기를 방해한 것은 마당에서 지저귀는 새들이었다.
화자를 바꾸어 그 새들처럼 아무런 의미 없는 농담을 하며 말을 꺼냈다.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에 의외의 말로 화답해 주었다.
'미안해,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때의 너를 이해하지 못했어!'
'나에게 너는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라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자주 듣는 말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릴 때 나는 겁이 많고 자존감이 낮아 작은 거 하나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 었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의 부담감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었고 누군가에게 나의 의견을 전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도 버거웠다. 사실 여전히 그렇지만 누구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다.
누구나 혼자 살아가지만 혼자 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나 또한 누군가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직설적이지만 사실에 가깝게 의견을 전하고자 해왔던 수많은 고민과 연습들 속에서 소심했던 모습은 어느새 흐려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별 일인 듯 별 일 아니었던 어제의 이야기로 내일의 안녕을 고했다.
그러므로 나는, 너는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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