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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비 오는 시드니 (feat. 싱글오 카페 - Single O)

by 몰림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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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시드니
싱글오 카페 - Single O

 

#1

비가 오는 걸 알고 나선 길이었다
가방에는 여행용 작은 우산 하나가 있었지만,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다

빗방울이 코끝에 닿는 차가움이 싫지 않았고, 빗물이 옷깃을 스치는 감촉마저 낯설지 않았다
길 위에는 우산 없이 빗속을 걷는 이들도 있었고, 커다란 우산 아래 짝을 이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색빛 구름이 하늘을 온통 덮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공기는 비에 젖어 더 짙은 초록빛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들을 이 날씨와 묘하게 어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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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에 젖은 돌담과 반짝이는 길 위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카페는 은은한 커피 향을 풍기고 있었고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빗소리와 섞여 오래된 노래처럼 들려왔다

 

싱글 오 (Single O) 카페는 호주의 3대 커피라고 불릴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싱글 오리진 로스터의 커피맛을 제공한다

플랫화이트가 맛있기로 유명한데 신맛이 가득하고 혀 끝을 자극하는 씁쓸한 맛과 잘 어울렸다

 

 

Single O Surry Hills · 60/64 Reservoir St, Surry Hills NSW 2010 오스트레일리아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3

커피 잔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는 손끝을 넘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거세진 빗줄기에 카페를 나서며 우산을 펼쳤다

우산 속 작은 공간에 들려오는 잔잔한 빗소리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필요한 건 고작 가방 속 작은 우산 크기 정도의 마음일 뿐인데

'나는 우산과 같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하고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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