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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이른 기상

by 몰림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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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고 있다

 

 

 

#1

새벽 5시 40분쯤이면 어김없이 도로청소차가 지나간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고찰이 한창일 때도 나는 저녁형 인간의 라이프를 고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상쾌함이나 뛰어난 집중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무기력함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이른 아침의 기상은 늘 피곤하다.

 

피곤을 덜어보고자 애써 일어나 열린 창문을 닫고 다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올리 없었다.

가을장마가 시작되어 안개는 자욱하게  내려앉았고 첫차인 듯 빠르게 달리는 버스 소리와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새소리를 듣고 있자니 개연성이라곤 안개 낀 날씨뿐인데 영화 디아더스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새벽 공기를 타고 가을의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애틋한 연애를 했거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수다스럽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조력자 같은 사람이다.

 

 

 

#2

직장 동료로 처음 알게 된 그 사람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싱거운 농담이나 흔히들 하는 가벼운 장난을 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그래서 였을까, 간혹 오가는 사람들이 묻곤 했다

 

"불편하지 않아?"

 

그럴 때면 무엇이 불편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어 되물어보곤 했었다.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나로서는 딱히 이상할 것이 없었고 불편할 정도로 예의가 없지도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말투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그 사람의 행동과 눈빛은 말로만 떠들어대는 사람에 비 할 수 없이 친절함이 가득했다. 

 

한 번은 여러 복합적인 일들로 인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달리는 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고민들로 말수가 부쩍 줄어들고 혼자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로 겨우 기운을 차리는 그런 시기였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포장되어 있지 않은 작은 우산과 쪽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중략)

우산은, 평소엔 필요 없지만 비 올 때는 정말 필요한 거죠.

우산 같은 사람이 되세요 (일부러 산건 아니야 ㅋㅋ)

 

농담 섞인 어조로 쓰인 편지에는 이름조차 없었지만 그 사람이 준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사람의 퇴사로 자연스레 연락은 끊어졌고 간간히 다른 동료의 입을 통해 소식을 듣는 게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회사를 그만둔 후로는 한동안 어떤 소식도 들을 수없었다.

 

 

#3

그로부터 몇 년 후,,

그 사람이 보내온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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