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모

배려

by 몰림 2025. 1. 15.
반응형

 

#1

호주의 보행자 신호등은 초록색과 빨간색 두 가지로 한국과 동일하다

다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기둥에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을 누르고 조금만 기다리면 초록색 보행자 신호로 바뀌지만 특유의 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몇 초 후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깜박거리기 시작한다

빨간색 신호등이 깜박거리는 것은 운전자가 곧 출발할 예정이니 보행자에게 빠르게 건너라는 신호로 보행자와 운전자를 모두 배려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반응형

 

#2

신호등을 연달아 마주하다 보니 문득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배려는 단순히 내가 무엇을 해주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준 마음이 상대에게도 배려로 느껴질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는다”라는 문구였다

 

내가 원하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그대에게 강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대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 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있는 것을 나의 방식대로 그대를 배려했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했던 배려라 믿었던 것들은 어쩌면 그저 나 자신을 위한 위안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묻지 않았다
아니, 묻더라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받고 싶은 배려의 모습으로 그대를 위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것이 오히려 그대를 외롭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배려는 나의 방식이 아닌 그대의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준 마음이 아니라 그대가 느끼는 온전한 따듯함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와 함께한 그대의 시간이 외롭지 않고 잠시라도 따뜻했다고 느껴졌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반응형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 시드니 (feat. 싱글오 카페 - Single O)  (0) 2025.01.13
마음이 불어오는 계절  (0) 2022.10.22
별 일  (0) 2022.03.01
축하메시지  (0) 2022.02.04
어쩌다 요가  (0) 2022.01.31

댓글